국가보안시설 부산항이 중학생에 뚫려
기사공유입력 : 2015.07.29 03:00
일본행 여객선 몰래 타
'가'급 국가 보안 시설인 부산항이 중학생에게 뚫렸다. 이 중학생은 청와대·국정원·국방부·원자력발전소 등 수준의 경비가 필요한 '가'급 국가 보안 시설인 부산항의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아무런 제재 없이 지나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본행 배를 탔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 경산의 중학교 3학년생 성모(15)군은 종업식 날인 지난 17일 오후 1시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학기 초 성적을 고쳐 혼이 난 적이 있던 성군은 1학기말 성적이 좋지 않자 부모에게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 '섬으로 가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몰래 배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성군은 이날 밤 9시쯤 부산세관 뒤편 철문 아래 30㎝ 정도 되는 틈을 통과해 세관으로 들어갔다. 이어 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 경계,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경계에 설치된 170㎝ 높이 철제 펜스를 잇따라 뛰어넘은 뒤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2만t급 여객선에 몰래 들어가 화장실에 숨었다.
성군은 배의 안내책자를 보고서야 일본행 여객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체류 경비로 쓸 생각에 선박 카페에 있던 8만2000원을 훔치기도 했다. 이 선박은 이날 밤 9시쯤 출항 예정이었지만 태풍 때문에 대기하고 있다가 승객은 태우지 못하고 화물만 싣고 18일 오전 3시쯤 일본을 향해 떠났다. 성군은 18일 오전 7시쯤 갑판 위로 나왔다가 선원에게 무단승선 사실이 발각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성군을 밀항단속법 위반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부산항 보안공사 근무자를 상대로 근무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세관·출입국관리사무소·부산항만공사에 보안 대책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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