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주 '뚝'…'도크'가 원망스럽다[해운업계 최악의 불황 ②] 조선 불경기 당분간 이어질 듯
2012-09-14 07:00 | CBS 이완복 기자
글로벌 불황에 정부·금융권 지원마저 사실상 끊어지면서 우리나라의 해운업계가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CBS는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해운업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극심한 해운불황으로 인해 선가하락과 수주감소로 인해 조선소가 이중고를 겪으면서 세계 1위의 국내 조선소 수주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14일 영국의 해운시황 분석회사인 클락슨이 발표한 조선사 별 지난 7월 수주 잔량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 조선, 대우조선, 일본의 이마바리조선, 현대미포조선 등으로 전 세계 조선업체 중 6위 안에 우리나라의 5개 조선소가 들어있다.
이처럼 전 세계 조선소 중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국내 조선소가 신조선 수주가 끊어졌다. 그나마 해양플랜트선 수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소형조선 도크(선박을 건조, 수리하기 위한 시설)가 비게 되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른 조선소들도 해양플랜트를 제외한 상선 등의 도크는 비어있는 곳이 늘고 있다.
조선사들의 경영실적을 보면 이를 뒷받침 해 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부분 91억 달러, 해양 52억 달러수주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공시를 통해 발표한 7월까지 수주액은 109억3,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191억 500만 달러)43%나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호황 때에는 3년치 대기 건조물량이 있었지만 현재는 1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수주가 감소되면 심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도 2년 밑으로 남아 있고 경영실적도 좋은 편은 아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KEIT)연구위원은 "대형 조선소의 수주잔량이 보통 2년치 이상 있어야 안정적이지만 이하로 떨어지는 업체가 늘고 있고, 중소 조선소들은 아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조선소로 케미컬 탱크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여 온 21세기 조선은 선종 다각화를 추진하다 금융위기와 키코 사태로 막대한 환 손실을 입고 위기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선박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채권단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폐업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 SB는 지난 2008년 이후 단 1척의 수주도 하지 못한 채 70여 척의 수주 받았던 선박 계약마저 취소됐다.
이 회사는 한때 4000여명에 달했던 근로자가 현재 1,300명만 남았고 현재 건조 중인 8척의 케미컬 탱커가 올해 안에 인도되면 일거리가 끊어지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3차례나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세광조선은 지난 6월 말 다목적 화물선 인도를 끝으로 일감이 바닥난 상태로 현재는 소형선 수리소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신조선 선가도 끝없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 때 1억 달러를 호가했던 벌크선 케이프 사이즈는 4,650만 달러에 머물러있다.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최근 2개월간 500만 달러나 하락해 1억1,100만 달러로 계약 됐다. VLCC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신조조가는 9,500만 달러로 2004년 8월 이 후 최저가이다.
이러한 선가의 하락은 탱커, 가스운반선 등 모든 선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조선 불경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1위의 컨테이너 회사 덴마크의 AP몰러 머스크사의 브로커 회사 닐슨 사장은 이러한 "해운 불경기는 앞으로도 2~3년 더 지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가 위주로 수주하던 중국도 전 세계로부터 신조선 발주가 줄어들고 가장 많은 선박을 발주했던. AP몰러 머스크사가 해운 불경기로 인해 신조선 발주를 중단함에 따라 발주 물량이 거의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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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성동기공 등 몇 개 협력 업체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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