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2시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주차장엔 45인승 대형버스가 줄줄이 들어왔다. 부산, 대구 등 영남권에서 온 버스들이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행사장에서 열리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기업인들이었다. 행사 30분 전 3000여석 규모의 벡스코 오디토리움 홀이 전국에서 모여든 기업인과 소상공인들로 가득 찼다. 2층과 4층에 객석은 만석이 됐고, 자리가 없어 행사장 양 옆과 뒤쪽, 행사장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행사를 지켜보는 기업인들도 수백명이었다. 이날 결의대회엔 중기중앙회뿐 아니라 대한전문건설협회, 수협중앙회 등 14개 중소기업·건설·수산업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부산 자갈치시장 등에서 일하는 소상공인들도 다수 모였다. 기업인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모여 “중대재해법 유예하라” “기업인들 다 죽는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가뜩이나 어려운데 죄인취급 억울하다’ ‘중대재해 불안감에 사라지는 경영의욕’ 등의 손피켓을 들었다.

총선이 약 한 달 남은 상황이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유예 법안의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국회에서 지금이라도 절박한 현실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부산에 모였다. 21대 국회 임기가 5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총선 이후 민생법안인 중대재해법 처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제조업, 건설업 뿐만 아니라 수산업 등 모든 산업에서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며 “21대 국회가 5월말 까지 인데, 유예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부산은 건설과 제조업뿐 아니라 조선업, 어업 등 다양한 산업체가 밀집해 있고, 국내 대표 관광지로 영세 소상공인들도 많다.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인과 소상공인은 연단에 올랐다. 부산 감천항 선박수리업체인 포코엔지니어링 김귀동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선박수리업은 선박의 건강검진을 하고 치료도 하면서 고용창출을 하는 정말 중요한 산업인데,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발 예비 범법자로 몰지 말아 달라”며 “산업재해가 발생되어 노동청으로부터 작업 중지 명령이 떨어지면 그 사업장은 바로 사망한 것과 다름 없는데, 이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납니까?”라고 했다. 수산물 가공·냉동 기업 한일냉장 운영하는 오종수 대표는 “영세기업에서 안전관리자를 양성하려면 일정 수준의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중대재해법 유예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소리쳤다.

중소기업계는 다음달 총선이 끝나고 서울에서 1만명 규모의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